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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he

아름답지 않은 인생은 없다..

몇 년전 화장실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스무 살에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돌을 들었고,
서른 살에는 마누라를 바꾸기 위해 눈꼬리를 들었고
마흔 살에는 자식새끼 바꿔보려고 매를 들었고
쉰이 되어서야 정작 바껴야 할 사람은 나라는 걸 알았다.』

정작 자신이 바껴야 한다는 자조적인 말이지만 선뜻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맞는 말 같기는 한데, 반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아니, 바꿔야 할 것이 있다면 바꾸는 게 상식아닌가?'
'정작 내가 바껴야 한다는 건 일종의 타협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나의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성스러운 공간이 하나 둘 정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변변치 못한 나에게도 그런 공간이 하나 있으니까.
사랑했던 사람과의 유독 잊혀지지 않는 사소한 추억의 장소.
무슨 마법과 같은 결계가 쳐져 있는 것처럼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추억이 재생되고 만다.

쓰지도 않지만 감히 버리지 못하는 물건.
유행이 너무나 지나 입지는 않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는 옷가지들.
그것은 분명 미련일게다.

하지만 그 미련은 이제
붙잡지 못함에 대한 요란스러운 집착이라기 보다는
'진작 알아야 했던 것을 왜 몰랐을까'와 같은 
고독한 회한이 아닐까 한다.

『아름답지 않은 인생은 없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짓누르는 무쇠만큼이나
무척 나를 아프게 하는 말이다.

아름답지 않은 인생은 없다..

바꾸려 하고 고치려 하고 가르치려고만 한 나의 모습들..
그 자체로 이미 사랑받아야 하고
수없이 아끼고 감싸줘야만 했던 시간인데
왜 몰랐을까?

세상에는 정말 아름답지 않은 인생은 없는데..
지금이라도 먼 발치에서
그 아름다움을
가물치처럼 살아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 안쓰러움을
나는 지금에서야 바로 보고 있다.

정작 바뀌어야 할 사람이 나라는 것은
비겁함이나 타협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다.

오히려 저마다 사람들의 향내와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못난 모습에 대한
사무치는 회한과 후회 그것이다.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나였는데,
나조차도 아름다운 인생이었을까..

살아내겠다고.. 작은 몸으로 그래도 살아내겠다고
안쓰럽게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이제는 아름답다 못해
사랑스럽다.

세상의 모든 인생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마음이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이의 마음이
끝내 
아플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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