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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시간, 철학 그리고 영화


꿈과 현실의 구분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일찌기 장자(莊子)는 자신이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지금이 나비의 꿈 속 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물(物)과 아(我)의 구분은 시간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속 뜻이겠지만,
우리는 호접몽의 이야기에서 영화 인셉션을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다.

대충의 줄거리는 이렇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한 경영자가 꿈 설계사 코브에게 구미 당기는 제안을 한다.경쟁사의 CEO를 똘아이로 만들어 주면, 오매불망 그대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것.
가족의 품이 그리운 코브는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경쟁사의 CEO인 로버트의 꿈 속으로 침투하여 그의 의식을 조종하게 되는데 성공한다.

엔딩 직전에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이 살짝 짓궂은 양념을 뿌리는 바람에
네티즌 사이에서 설왕설래 논란이 일기도 했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만이 소지한 물건으로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한다.
물론 약간 억지스런 설정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도대체 꿈과 현실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우리는 꿈 속에서 똑같이 사물을 보고 느끼며 생각을 한다.
장자 또한 꿈 속에서 나비가 되었지만, 분명 나비의 시각에서 세상을 구경했다.
그렇다면 장자와 나비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프랑스의 실존주의 사상가 『사르트르-Satre』는 저서 『존재와 무』에서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은,
돌맹이와 같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즉자존재』와는 구별되는
『대자존재』인 동시에 시간에 영향을 받는 『시간성 존재』라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성 존재라는 것은 절대적인 시간의 동적 흐름 속에서
대자존재인 인간만이 시간을 정태적으로 분할할 수 있으며
이렇듯 인간은 시간을 앞과 뒤 혹은 인과(因果)라고 하는 『형식적 구조』로 인식을 하기에
충분히 내가 나비일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장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의 절대적인 연속성 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인식하고 사유하고 분할하고 분리한다.
따라서 세상은 A가 되기도 하고 A'가 되기도 하며 A''가 되기도 한다.
(이를 칸트는 순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위빠사나(Vipassana)라고 하는 관찰의 명상법을 살펴보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나이기에
변화 속에서 존재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허상이라 이야기한다.
그래서 생각하지 말고, 느끼라고 한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한다.
현묘한 도에 대해 노자는 "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한다.
있다는 것도 아니고, 없다는 것도 아닌
『있는 듯 하다』, 『존재하는 듯 하다』.
어떤가? 탁! 하고 무릎을 칠 정도로 참으로 기가 막힌 표현 아닌가!!
知가 아닌 感의 세계에서만 존재는 당위성을 가진다.

수레바퀴를 살펴보자.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수 많은 바퀴 살들이 빼곡히 박혀있다.
축은 하나의 점이다. 점은 0에 수렴하기에 無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즉 변화라고 하는 것은 존재의 현상을 뒤집어 버린다.
바퀴가 돌아가면, 살은 보이지 않는다.
수 많은 살들이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오직 중심에 있는 축만 보일 뿐이다.
오히려 0이 有가 되고, 살이 無가 되는 것이다.

축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듯 하고,
살은 존재하지만 없는 듯 하다.

꿈..
꿈과 현실의 구분은 어떻게 하는가?
꿈이 나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하나의 인과로서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꿈을 허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의 설계를 통해 꿈 속의 시간에 연속성을 부여했다.
그렇다면 이는 현실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세상은 참으로 현묘하고 현묘하며 또 현묘하다!!!!

오늘 같은 날은 전주 막걸리 한 병 사들고,
장자(莊子)와 사르트르(Sartre), 싯다르타(Siddhārtha) 그리고 노자(老子)를 한자리에 앉혀
꿈과 현실, 시간과 철학에 대해 노가리나 까야하는 그런 날인듯 하다.

아마 사르트르는 무지한 나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려 들 것이고,
장자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다 허공에 대고 의미심장한 몇 마디를 던질 것이며,
싯다르타는 조용히 앉아서 미소만 짓고 있고 있을 것 같다.
노자는.. "내가 그리로 가리? 니가 오던가." 하지 않았을까?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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