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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

TV는 더욱 착해져야 한다.


요즘 『3D TV』와 『SMART TV』가 TV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떠오르고 있다.
컨텐츠와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 경쟁의 과정에서 기술우위에 대한 국내에서의 뜨거운 논쟁은 물론이거니와
해외의 유수기업들은 저마다의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그 경쟁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독주체제 하에서 평화(?)롭기만 하던 TV시장이  갑자기 달아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의 강자들, 모바일 시장에서 위기를 감지하다.

애들 싸움이 어른싸움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기업 경쟁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 시장은 절대강자 『노키아』와
그 뒤를 바짝 쫓던 『삼성전자』 이렇게 2강 체제였다.

'하이엔드냐 로우엔드냐'하는 단순한 시장편성과 제품개발 그리고 적절한 마케팅이면
굳이 다른 전략은 필요가 없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 2강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폭넓은 SCM(공급체인망)을 구축하였고
왠만한 규모의 기업이 아니면 이 바닥에 발조차 들여놓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 철옹성과 같은 진리는 영원하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이 모바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음원시장을 모바일로 끌어들인 잡스의 상륙작전은 대성공이었지만
여전히 전통의 강자들은 과거의 성공 공식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MP3의 차원을 한단계 끌어올린 i-Pod touch가 다가올 모바일 생태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나팔소리였음에도
이들의 눈은 일차원적인 단말기기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예견된 사건이 터지고 만다.
i-Phone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시장이 열려버린 것이다. 
앞선 S/W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의 막대한 수익창출이 바로
그것이었다.

게다가 애플은 폐쇄적인 OS체제 운영과는 달리
Application 개발과정과 개발자에 대한 이익공유에 있어서는
여타 다른 기업과는 다르게 꽤나 개방적인 정책을 고수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 비난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열광했다.

이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제품 라인업 구축과 
일사분란한 인력을 동원한 발빠른 대응만으로는
새롭게 바뀐 시장 논리를
따라가기에는 벅찬 상황이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혼란을 틈타 
삼성전자는 기존 노키아의 Fast Follower에서
애플의 Fast Follower로 발 빠르게 변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도는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게 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분명 삼성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술의 컨버전스에서 생활의 컨버전스로


i-Phone의 등장으로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App단말기의 등장으로)
모든 기술의 종착역은 휴대폰이라고 여겼던 그들만의 신앙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연 디지털 컨버전스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이 생겨나게 되었다.
휴대폰이 종착역이 아니라면,
MP3, 모바일, PC 등의 기술이 한 곳에 모이게 되는 하구역은 과연 어디일까?
그들이 찾아낸 답. 

바로 TV였다.


그들은 애플이 왜 처음부터 음원시장을 끌어들이고,
App 시장을 열어 모바일 시장을 공략했는지에 대한 그림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낸 것이다.
물론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이에 삼성은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TV는 다름아닌 삼성전자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쓰디 쓴 경험을 바탕으로
TV의 영역에 더 높은 성을 쌓고 무기를 재정비하여 다가올 2차 전쟁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지금 TV시장의 화두인
『SMART TV』이다.


이는 애플의 『상륙작전』에 대응하여 삼성이 모바일과 TV부문에서 『양동작전』으로 맞서게 된 양상이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패러다임이
『기술』의 컨버전스에서 『생활』의 컨버전스로 그 윤곽을 드러낸 것 또한 바로 이 무렵이다.

물론 삼성 뿐 아니라 해외의 기업들도 자신만이 가진 무기를 가지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ONY는 컨텐츠와 최고 수준의 방송장비를, LG는 해외 경쟁에서 쌓은 TV 기술력을 가지고서
말이다.


하지만 기술은, 아니 기획은 더욱 착해져야 한다.

기업의 생리는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신앙처럼 따르는 애플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들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그들만의 방식을 적용한다. 그 과정은 절대로 쉽지가 않다.
애초에 세운 경영기획은 당장 내일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일이며,
그 승부에는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남을 뿐이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들이 이윤을 쫓느라,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간과하고는 한다.
『고객행복』이라는 절대 가치를 말이다.




일례로 작년에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을 시행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품 하자를 발생시켜
기업 신뢰도를 땅에 떨어뜨리게 된 것 또한 이 맥락이다.
'원가절감에 대한 압박'과 '스스로 최고'라는 자만심이 만들어낸 이 도요타의 실패사례는 
모바일이나 혹은 다른 영역에서도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고객을 외면하고 고객 행복이라는 절대 가치를
기업 이윤이라는 하위개념의 발 아래에 두려 한다면,
소비자에게도 물론이거니와 
기업에게도 비극을 가져다 줄 것은 뻔한 일이다..

따라서 지금 과열되고 있는 TV시장 또한 보다 착한 경쟁의 場이 되어야만 한다.
3D TV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책정과
경쟁사 간의 쓸데없는 기싸움은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든다.

또 『SMART TV』가 아닌 일반 『IPTV』의 수준만으로도
충분히 소비자들은 SMART한 Home Network를  영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은
소비자에게 그리 유쾌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는 듯 하다.

모바일에서 구동되는 기능이 TV에서도 100% 호환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가정해볼 때,
지금의 SMART TV의 정체성에 대해 한번 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USB 전선이나 이미 개발된 근거리 통신기술, 혹은 저렴한 S/W 구동기술이 있다면
이 두 기기 간의 완벽한 호환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현재는 음악이나 동영상같은 특정 컨텐츠에 국한하여 Share할 뿐
모바일의 전부가 TV에 구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구축하고 있는
『TV전용 앱 시장』에 대한 비용은 과연 누가 지불하고 있는가?
전선 한가닥과 data share통신기술, 손쉬운 S/W구동기술만으로도 충분한 일임에도
왜 기업들은 TV전용앱과 모바일전용앱을 구분하여 경쟁을 해야만 하는가?
소비자가 돈을 두 번 쓰게끔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기획은 보다 착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모바일이나 TV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운 Life style을 만끽할 수 있도록

기업들은 진정한 가치를 창출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나는 이를 『기업철학』이라고 부른다.
이 기업철학이 전제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이제 스스로의 판단에 의지하고,
스스로『SMART』한 삶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즉, 불신과 의심의 눈으로 기업을 본다는 얘기다.

철학이 없는 기업이란 결국 이윤만이 절대 가치인 기업인 것이고
그러한 기업은 절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상인들에게 생사가 달린 퀴즈를 냈었다고 한다.
정답이면 살려주고, 오답이면 죽였다고 한다. 

『시대』라고 하는 지금의 스핑크스는  기업에게 이렇게 되묻고 있다.
"『SNS』와 『가치공동체』라는 소비자2.0의 새로운 통찰각과 응집력
그리고 무장된 소비논리에 대응할 기업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적어도 최소한의 납득할 만한 논리라도 준비하고 있는가?"

인문학 서적을 조금이라도 뒤적거려 본 기업이 있다면 한번 쯤은 시대의 변화에
경외심을 가져 봤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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