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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

모바일 혁신에 대한 고찰

INTRO 들어가며..

 

 

 

"아이폰은 인문학과 기술 그 중간 어디쯤 놓여있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이 한마디에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지요.

 

요즘은 인문학으로 경영도 하고, 정치도 하고,

직장생활도 할 정도니

이제는 인문학으로 애완견 키울 일만 남은 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90년대 후반에만 하더라도 

대학가에는 인문학 위기설이 나돌만큼 인문학의 인기는 형편없었습니다.

 

"아무도 인문학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돈 안되는 공부해봐야 남는 게 없다."

 

이게 인문학을 향한 세간의 시선이었습니다.

 

결국 대학들도 돈 장사를 하는 곳이라 

철학과와 같은 인기없는 학과와 

학생들이 몰리는 학과를 하나의 한부에 묶어서 모집하는

이른바 실험용 학부제가 막 쏟아져 나왔던 때입니다.

인문학에 대한 기피가 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이야 말로 인문학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인문학이 지금만큼의 인기는 없을지 몰라도, 그만큼 순도는 높았습니다.

 

인문학으로 뭐든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가짜들이 판치는 지금과는 달리,

순수 열정만으로 인문학을 파고드는 진짜배기들만 있았던 시기가 바로 그 때였습니다.

 

제가 왜 이런 얘기로 시작을 하냐면..

혁신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빼놓을 수 없고,

스티브 잡스를 이야기 함에 있어서 인문학 또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재산을 팔아서라도 소크라테스와 점심 한끼 먹고 싶었다는 그.

 

요즘 기업들이 융합형 인재다, 통섭의 시대다 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몇 가지 간과하는 부분이 보이기에 이 글을 올립니다.

 

1.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 가능할까?

 

 

 

인문학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묶는 카테고리입니다.

즉 인문학 자체가 워낙에 태생적으로 두루뭉수리 합니다.

 

미술과 음악, 문학 등 순수 예술분야는 물론이고 그것을 다루는 미학부터 시작해서,

수학, 과학, 의학의 기초가 되는 철학과 현상을 인과로 풀어내는 논리학.

논리학이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다루는 수사학,

인문학을 뿌리로 가지는 실용학문인 정치 경제학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총체인 역사학 등

이 수많은 영역의 학문들을 하나로 묶어서 인문학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 인문학이 추구하는 것은 그 태생만큼이나 두루뭉수리합니다. 

예술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을 풍부하게 하고,

수학과 과학 그리고 의학 등은 인간의 사고와 활동 반경을 획기적으로 넓혀줍니다.

논리학과 수사학은 언어로써 누릴 수 있는 소통의 범위를 극대화 시켜줍니다.

 

이들은 인간의 정신활동에 해방과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떤 노교수는 이러한 인문학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역사와 철학이 지향하는 것은 사랑이고 또한 자유이다."

 

인문학이 지향하는 바가 이렇다면

기술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할까요?

 

2. 가능태와 현실태

 

 

 

방향을 가지게 되면 길이 생기게 됩니다.

동양에서는 세상의 모든 작용을 일컬어 만물萬物 이라 합니다.

Thing 이라고 알기 쉽지만 Affair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그리고 그 작용의 불변함이자 공통의 요소를 일컬어 道라고 합니다.

그리고 노자의 道보다 다소 하위 개념이 있는데, 그것을 理라고 합니다.

 

이 理에 대해 말하기를 한비자는 순리順理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道가 만물의 行이라면 理는 세속에서의 小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行은 항상 그러한 성질. 즉 항상성을 말합니다. 

 

만물이 가지는 불변이자 공통의 요소인 性.

이것을 다루는 것이 주자의 성리학이며, 

이기이원론의 핵심입니다.

 

왜 이 얘기를 했냐고 하면,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의 모양새가 이기이원론의 사상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을 理, 기술을 氣라고 봤을 때, 

두 영역의 융합은 곧 理로써의 인문학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氣로써의 기술이 현실에 발현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다시 기업들 입장에서 풀어본다면,

기술적으로 가능하기에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필요하기에 만든다는 뜻입니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당시,

정전식 터치 기술과 사각의 둥근 모서리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을까요?

아닙니다.

 

당시 음원시장과 모바일 시장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으며,

두 시장이 교차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소비자들은 무엇이 불편한지도 무엇이 부당한지도 모른채 

새로운 컨텐츠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면 생돈 들여가며

신제품의 단말기를 구입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폰이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음원시장과 모바일 시장을 『통합』시켜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통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할 비용을 대폭 절감시켜 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써 훌륭한 마케팅이 됩니다.

 

앱등이라는 명칭이 생겨날 정도로 애플에는 충성심 높은 소비자들이 많은데

소위 그 앱들이들이 단순히 남다른 것을 쫓는 애플빠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통사와 제조사의 오랜 관행과 횡포에 지친 현실에서

그들은 통쾌한 희열감을 맛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시장을 통합시키기 위해 결정된 단말기의 적합한 형태,

그러한 단말 제품의 포지셔닝, 그 수 많은 필요들의 교차점.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기술』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 시각의 출처를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역량』이라 말했습니다.

 

3. 창의가 아닌 활용의 관점, 『라면 받침대』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융합이라는 단어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융합은 화학적 결합을 말합니다.

복수의 물체가 만나 전혀 다른 완성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융합입니다.

 

하지만 인문학과 기술은 완전히 융합하기란 어렵습니다.

인문학이 기술을 만났다고 해서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버린다면

항상성을 가지는 理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에 다소 많은 책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정착하는 방법과 나무 병충해에 관한 책부터 시작해서 시, 소설, 만화 심지어 애완견 키우는 도감 서적까지

적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있습니다.

저는 이 책들을 가끔 읽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가끔이고 대부분 전시용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책의 또 다른 활용법이 있는데,

바로 뜨거운 냄비를 받치는 라면 받침대로서의 책입니다.

 

인문학과 기술의 중간 그 어디쯤 걸쳐져 있다는 그 아이폰.

 

가만히 살펴보면 냄비 밑에서 뜨끈하게 지지고 있는 책이 생각납니다.

 

아이폰이 최초로 모바일 기기에 이식했다는 UI조합 및 터치기술은

원래 제록스 복사기의 터치기술에서 차용해온 것이고,

아이폰에 담긴 각종 특허기술들의 출처는 상당 부분이 애초에 모바일용이 아니었습니다.

생태조성의 핵심기술인 OS는 PC에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구요.

이미 다른 곳에 존재하는 기술을 응용 활용하여

새로운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빼다가 라면 받침대로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즉,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아이폰은 각종 특허와 기술들을 활용한 집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특허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잡스는 특허를 양산해내기 보다는 기존에 있는 특허를 어떻게 활용해낼 것인가에 촛점을 두었습니다.

모바일 시장의 후발주자로서의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하나의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특허전쟁에 대비하여 꽤나 많은 특허를 양산해내고 등록하는데 많은 시간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습니다만,

기존의 특허를 활용하는 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즉, 책장에 읽지도 못할 책을 엄청나게 꽂아대고는 있지만, 땅따먹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죠.

 

4. 잡스 선생님, 혁신이 뭐에요?

 

 

 

혁신이 뭔지 알면 제가 여기에 있겠습니까만은..

최소한 이렇게 물어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생들님, 혁신이 무엇입니까?

 

구둣솔 뒷면에다가 거울 하나 갖다 붙이면 혁신적인 구둣솔이 되는 걸까요?

휴대폰을 머리에 씌운다던가, 귀에다가 걸어놓으면 휴대폰이 혁신적으로 될까요?

 

독일의 『보쉬』라고 하는 전동드릴 만드는 회사의 회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다. 벽에 뚫린 구멍이다."

 

수 년도 훨씬 더 된 말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보쉬사는 아직까지 드릴만 만들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꼬리 잡으려고 이러는 건 아니고 아무튼..

한번 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혁신이라고 하면, 제품 하나를 가지고 '어디를 바꿔볼까?'부터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SMART』 영혼께서 강령하실 육신이 TV인가, 휴대폰인가, 태블릿인가 하는 관점만으로 혁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급자들이 제아무리 개인 밀착형 기기니 뭐니 하면서 그럴 듯하게 분석자료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수요자 입장에서는 가족들이 볼까봐 TV로 트위터를 숨어서 하는 것이나, 그냥 휴대폰으로 트위터하는 것이나,

태블릿으로 조금 더 편하게 하는 것이나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죠.

 

차라리 혁신이라면 이게 혁신아닐까요?

 

"요금제 하나에 휴대폰, 태블릿, 카메라 다 사용가능하더라."

 

물론 "와이파이 전용도 있는데요?" 하시면 할 말이 없사오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부분입니다.

제품을 건드리는 것보다 시장을 건드리는 것이 보다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무엇보다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이젠 포화되어서 다른 형태로 제품을 내놓아야 할텐데,

그래서 고심해서 만들어낸 카테고리가 스마트 시계다?

이것은 지갑을 열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스마트 TV가 너무 비싸서, IPTV를 진화시킨 새로운 뭔가가 나왔다.

차라리 이런 거라면 보다 설득력이 있겠지만 말이죠.

 

5. 라파이유 선생님께 배우는 새로운 통찰, 『코드』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라파이유 박사는

저서 『컬쳐코드』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우리에게 선사해줍니다.

 

음식을 예로 들겠습니다.

미국에서 음식의 코드는 『연료』라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같은 음식이라도 다른 코드로 음식을 바라봅니다.

그들에게 음식은 바로 『문화』입니다.

이런 코드로써 세상을 바라본다면,

같은 제품이라도 지역 문화권 별로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시계를 한번 살펴볼까요?

 

새로운 기능이 덕지덕지 시계가 유행하던 7, 80년대의 돌핀 시절과는 달리

요즘의 시계란 사람들에게 있어 패션의 완성이자 자존심입니다.

그것이 요즘 시계가 차지하는 위상입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롤렉스 시계가 있더군요. 무관세로 구입했는데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하더군요." -자영업 김모씨 43세.

"오늘 소개팅에서 가장 고민한 아이템이 시계입니다. 시계는 그 사람의 경제력을 상징하니까요."          -대학생 박모군 23세.

"저는 여름에는 긴 팔을 즐겨 입습니다. 저는 가난해서 10만원짜리 시계 하나도 벅차거든요. 내 팔자를 떠올리니 참 우울해져요." -직장인 김모양 28세.

"저는 시계를 차지 않습니다. 일할 때에는 걸리적 거리거든요. 전혀 실용적이지도 않구요. 시간도 여유도 없네요."               -노가다 김모씨 53세.

"중국에 갔다가 짝퉁 시계를 구입했습니다. 감쪽 같더라구요. 어때요 폼나죠? 친구들한테 비싼 시계 구했다고 자랑해야 할까봐요." -주부 최모씨 37세.

 

(위의 5개의 인터뷰는 가상해서 지어낸 것인데, 주변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위의 시계에 관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뽑아볼 수 있는 공통의 『코드』는 무엇일까요?

 

자영업자 김씨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박모군은 경제력을 과시했습니다.

김모양은 고가의 시계를 마련할 형편이 못되어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고,

노가다를 하는 김씨는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탓에 시계를 아예 차지 않고 있지요.

주부 최모씨는 그럴 듯한 짝퉁을 가지고서 자랑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뽑아 볼 수 있는 키워드는 과시, 경제능력, 여유, 위장 등으로 응축되는 데

이를 4가지 키워드를 다시 하나의 코드로 녹여낸다면 그 코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바로『신분』입니다.

 

시계는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며, 사람들은 그것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IT기기로서의 시계는 저런 상징성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으며,

더 안타까운 것은 『제품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품주기가 있다는 말은 유행을 탄다는 뜻인데,

신분을 상징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고가의 시계가 유행을 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시계가 과연 『스마트』 영혼이 강림할 알맞은 안식처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하겠지만,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까닭에 추가로 더 해야 할 일들이 남았으리라 봅니다.

 

6.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

 

사실 기업의 세계에서 혁신이란 말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결과로 말하는 곳입니다.

애플이 제 아무리 혁신적이었고, 왕년에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한들

지금은 우리가 더 많은 제품을 팔아내고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우리를 일러 패스트 팔로워니 뭐니 하지만,

그것은 기업이 가지는 기본 체력이 바탕되지 않는다면 애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 가져다 주는 이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선 비즈니스를 곧 계약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 계약관계에서 시장 1위가 가지는 위상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위상이라는 게 곧 가격결정권으로도 이어지기에 후속 주자에 대한 자동견제 또한 수월하게 되죠.

 

하지만 애플은 시장의 법칙보다는 제품의 혁신성에 무게를 둔 전략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은 해당 제품의 전세계적인 대박입니다.

대박이 아니면 쪽박이 되는 줄타기를 애플이 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모든 제품이 대박날 수 있을까요?

 

반면 우리에게는 수많은 라인업을 출시하고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기초체력이 있습니다.

한 번 1등하고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우선 순위는 『혁신』보다 『기초체력』에 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인문학과 혁신이 기업 사회에서 주요 화두가 되면서

우리가 가진 고유의 역량에 대해 등안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혁신의 가치를 절하하자는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가진 기존의 강점이 실제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해왔는가에 대해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번쯤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잘나가던 도요타도 조그마한 전자제어장치 하나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크게 삐끗한 전력이 있고,

소니, MS, 노키아, 모토롤라 등도 그러한 맥락에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공룡기업들이 몰락했던 것은 혁신적이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기존의 강점을 망각하고,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토요타의 생산 TOOL은 장인정신에 비유될 정도로 모범적이었습니다만,

Jidoka, Just In Time, Five Whys, 5S, VSM, Gemba, Kaizen, Standarded Work 등등

셀 수 없이 많고 훌륭한 TPS 기법들이 있었음에도

『원가절감의 압박』과 『성장 최우선주의』, 『지나친 자기만족』, 『책임에 대한 두려움』 등의 요인으로 인해

그들만의 가치생산 방식이자 비즈니스 방식인 TPS를 간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곳 전자 제어장치의 불량으로 이어져 미국 시장에서 큰 위기를 맞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노키아의 경우 또한 흔히 스마트 폰에 대한 초기대응이 미습했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10년 전인 1996년 세계 최초 스마트 폰인 『노키아9000』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자체 운영시스템인 심비안의 상용화를 위해 거액을 투자했었습니다.

노키아는 한발 앞서 기술혁신을 이루었지만, 유일한 비극이라면 너무나 이른 때에 혁신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키아에서 피처폰으로 수익을 내던 내부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어버렸고,

그 조직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플과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게 됩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때 이른 혁신은 이렇게 혁신을 죽이기도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가 절감과 단기수익에 눈 먼 도요타나 오버페이스를 한 노키아는

자기만의 페이스를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위기 때 조직을 지켜내는 것은 자신의 바로『정체성 확립』입니다.

 

부처를 만나려면 부처를 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곱씹어 볼 만 합니다.

 

7. 마치면서..

 

이렇게 글을 맺는다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혁신과 정체성의 언급에서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만 얘기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체성인가 혁신인가 따지는 것도 어쩌면 양비론 앞에서 무의미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남아 모바일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문학적 역량과 혁신.

이들에 앞서 정체성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의견을 내놓고 말았네요.

 

저는 이만 퇴근할랍니다.

집에 맛있는 복숭아가 있는데, 몇 개 먹고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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